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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1년, 여의도의 '사과'는 누구를 향하나

알고편집장 2025. 12. 3. 23:14

2025년 12월 3일,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흘렀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여의도를 맴돌고 있습니다. 1주년을 맞이하여 정치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날'을 회고하고 있지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사과할 것인가"를 두고 시각차는 뚜렷합니다.

특히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보수 진영의 재편과 책임론의 중심에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 이준석의 시각: "대리 사과는 허수아비...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계엄 1주년을 앞두고 이어진 여권의 '대리 사과' 움직임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계엄 사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이 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 "단절은 변수가 아닌 상수": 이 대표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 통합론에 대해 선을 그으며, 계엄을 일으켜 국정을 마비시킨 세력과의 단절은 타협할 수 없는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 "괴물을 만든 책임": 그는 현재의 상황을 "초기에 윤 전 대통령을 제어하지 못하고 빌붙은 이들이 만든 괴물"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은 '허수아비 논란'에 불과하다고 일갈했습니다.
  • 한동훈 대표 옹호?: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한 당내 공격(당원 게시판 논란 등)에 대해서는 "계엄에 반대했던 인물들은 큰 줄기에서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며 방어막을 쳤습니다. 이는 보수 진영 내 '반(反)윤석열' 전선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2. 국민의힘의 딜레마: "반성은 하되, 단절은 두렵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혼란스럽습니다. 계엄 1주년을 맞아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처절한 반성과 사과문"을 준비하고 있지만, 당 주류와 친윤(친윤석열) 잔존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 소장파의 반성문: '대안과 책임' 등 당내 소장파 모임은 "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선언하는 사과문을 준비 중입니다.
  • 지도부의 고민: 한동훈 지도부는 계엄 사태의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과, 보수 지지층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이준석 대표도 중도를 얻으려면 사과해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을 펴는 것도 이러한 복잡한 셈법의 방증입니다.

3. 야권의 시각: "끝나지 않은 내란, 완벽한 심판 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이번 1주년을 '심판의 날'로 규정했습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실패한 친위 쿠데타"로 명명하며, 사과를 넘어선 법적·정치적 단죄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야권에게 이준석 대표의 '사과 요구'는 보수 세탁을 위한 정치적 레토릭으로 비칠 뿐,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종합 분석] 사과의 주체가 사라진 1주년

계엄 1주년, 여의도는 여전히 '책임'을 묻는 자와 '책임'을 피하려는 자들의 전쟁터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본질(윤석열)을 도려내지 않은 사과는 쇼"라며 보수 진영의 환부를 직격하고 있습니다.

과연 진정한 사과는 누구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보수의 재건도, 정치의 복원도 요원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