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웅의 가장 용기 있는 결단, 전측두엽 치매(FTD) 및 알츠하이머 연구의 '골든 키' 될까

할리우드의 영원한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70)가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또 한 번 세상을 구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전측두엽 치매(FTD)로 투병 중인 그가 사후 자신의 뇌를 과학 연구를 위해 기증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윌리스의 아내 엠마 헤밍 윌리스는 "이 결정은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남편의 병인 전측두엽 치매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미래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기증 의사를 밝혔다.
◇ 희귀 치매 연구의 '미싱 링크' 채운다
브루스 윌리스가 앓고 있는 전측두엽 치매(FTD)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20%를 차지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연구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알츠하이머가 기억력 감퇴로 시작되는 것과 달리, FTD는 성격 변화와 언어 능력 상실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 조기 진단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윌리스의 뇌 기증이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퀀텀 점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뇌 기증은 단순히 장기 하나를 내어놓는 것을 넘어선다. 현재 의학 기술로는 살아있는 환자의 뇌 조직을 직접 채취해 병의 원인 단백질(타우 단백질 등)이 어떻게 축적되고 신경세포를 파괴하는지 정밀하게 관찰하기 어렵다. 사후 뇌 부검만이 질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의학계 관계자는 "유명인의 뇌 기증은 해당 질환에 대한 막대한 연구 자금과 관심을 모으는 기폭제가 된다"며 "그의 뇌는 FTD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연관된 퇴행성 뇌질환의 공통 기전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두려움 넘어 숭고함으로"... 뇌 기증 인식의 전환점
브루스 윌리스의 결단이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뇌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180도 바꿀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장기 기증에 비해 뇌 기증은 여전히 대중에게 낯설고 두려운 영역이다. '신체의 제어탑'인 뇌를 사후에 분리한다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과 오해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뇌 은행의 기증 서약률은 장기 기증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다이하드'의 영웅이 보여준 이번 행보는 뇌 기증을 '훼손'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숭고한 유산'으로 재정의했다. 그의 가족들은 이번 결정이 "고통받는 다른 환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브루스 윌리스 다운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는 과거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깼던 것처럼, 뇌 기증 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사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엔딩
스크린 속에서 수없이 세상을 구했던 브루스 윌리스. 이제 그는 현실의 병마와 싸우며, 자신의 육체를 바쳐 미래의 환자들을 구하러 나섰다. 비록 그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인류의 의학사에 남길 그의 마지막 액션은 그 어떤 영화보다 선명하게 기억될 것이다.